01. Mon dieu
02. 햇님 (Feat. SOMA)
03. One-Way
04. 색 (Color)
05. Ride on you
06. 형 (形)
07. Dock (Feat. JUNE)
08. Games (Feat. 박지민)
09. She`s got everything
10. 문제 (Feat. jeebanoff)
11. 타투 (Tattoo)
12. I see
13. 위성 (2018)
 

 
[ROTATE], 끝은 다시 시작
무한 반복의 삶을 사랑에 대입하다

끊임없이 노력해도 펜로즈 계단(Penrose Stairs)은 같은 자리를 맴돌게 한다. 끝에 닿을 거라 착각하고 매번 새롭게 시작하지만 모든 것을 쏟아 다다른 곳에서는 같은 시작이 반복된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며 사랑 또한 그러하다.

정진우는 자신의 첫 정규 앨범 [ROTATE]를 통해 이야기를 완성했다. 다른 감성과 목적으로 만들어진 곡들을 배치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곡의 전개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 냈다. 디지털 세상에서 퇴화되기 시작한 “앨범”이 왜 여전한 가치를 지니는지를 보여주는 보기 드문 명반이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스토리는 ‘사랑의 무한 반복’이다. 정진우의 설명은 이렇다. “펜로즈의 계단을 보면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습니다. 우리의 삶이 이 무한 반복적 구조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면, 한 계단 한 계단 오르지만 실제 삶은 ‘진보’보다는 ‘적응’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 부분을 제 삶 속의 사랑에 대입했습니다.” 삶도 사랑도 나아가는 것이 아닌 나아지는 과정이며, 반복적으로 걸어온 길임에도 그 길을 다시 걷고 있음을 망각한다는 철학적 접근이 꽤나 설득력 있다.

앨범은 스토리의 한 바퀴로 채워졌다. 시작 파트에 자리한 세 곡 ‘Mon dieu’, ‘햇님’, ‘One-Way’를 통해서 사랑의 설렘을 표현했고, 전개 파트에 자리한 세 곡 ‘색(Color)’, ‘Ride on you’, ‘형(形)’은 온전한 사랑의 순간을, 이어진 세 곡 ‘Dock’, ‘Games’, ‘She’s got everything’은 사랑의 위기와 갈등을 표현했으며, 결말 파트에 자리한 세 곡 ‘문제’, ‘타투(Tattoo)’, ‘I see’는 사랑에 대한 회의와 이어지는 그리움을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 곡으로 자리한 ‘위성(2018)’에는 한 스토리의 끝을 다음 스토리의 시작으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부여했다. 끊임없이 같은 자리를 도는 위성의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지며, 이 곡이 화자를 세상에 알린 시작점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 또한 의미심장하다.

이 앨범이 돋보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넓은 스펙트럼이다. 다채로운 편성으로 다채로운 장르와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지루함 없는 탄탄한 앨범이 완성될 수 있었다. 슬픔 가득한 특유의 R&B 발라드, 까칠한 고음으로 심장을 긁는 소울 넘버, PLT 구성원으로서 보여주었던 랩 실력과 힙합 사운드, 흥겨운 펑키 스타일과 차분한 공간감을 만들어 내는 모던록 사운드에 수준급 퓨전 재즈 사운드까지… 그리고 이 많은 스타일을 써 내려가면서도 자신의 색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13곡 중에서 타이틀로 낙점된 곡은 ‘She’s got everything’과 ‘색(Color)’. 앨범의 풍성한 레퍼토리를 자랑하듯 더블 타이틀로 활동할 예정이다.

메인 타이틀인 ‘She’s got everything’은 미드 템포의 PB R&B. 스토리의 절정 부분에 자리한 곡으로 거친 보이스로 격정을 표현했으며, 적당한 리듬감 위에 상심을 얹는 감각적 터치가 돋보인다. 내용적으로는 모든 걸 줄만큼 사랑했지만 모든 걸 갖고 떠난 사람에 대한 원망과 현실에 대한 한풀이가 담겼다.

서브 타이틀인 ‘색(Color)’은 신디사이저로 다채로운 사운드를 풀어낸 퓨처 R&B 스타일의 곡. 사랑이 발전되며 흑백 같은 인생에 색을 칠해달라는 구애의 메시지를 담았다.

시작에서 한 바퀴를 돌아 또 다른 시작을 걷기 시작한 정진우. 역설적으로 눈에 띄는 뮤지션으로서의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그의 현실은 ‘적응’이 아닌 ‘진보’다. 펜로즈 계단은 실제 3차원 현실에서 구현할 수 없는 2차원 평면의 착시일 뿐이다. (글/대중음악 평론가 이용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