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디 가요?”

채 잠에서 덜 깬 딸아이가 실눈을 뜨며 물어봅니다.

“엄마 오늘 서울에 일이 있어서 며칠 다녀올 거야. 지윤이 아빠랑 잘 있을 수 있지?”

징징거리는 아이의 투정을 뒤로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어봅니다.
일 년여 만의 서울행. 마음은 두근두근, 좋아하는 티를 내면 남편이 서운해할까, 조심스러웠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공기도 달고 발걸음도 가볍습니다.

누구나 시간만 내면 티켓만 사면 올 수 있다는 음악 축제이지만, 어떤 이에겐 그것이 일 년여를 기다려야 얻을 수 있는 휴가이자 행복입니다. 제 나이 40대 두 아이의 엄마로서 한 남자의 아내로서 그리고 며느리와 딸로서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어느새 ‘나’라는 존재는 우주 속 먼지처럼 작아지기만 합니다.

오늘만큼은 온전한 ‘나’의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자연을 느끼며 평소 애정 하지만 자주 접할 수 없는 맥주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느끼며 ‘나’로 꽉 찬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지금은 볼멘소리로 징징거리던 딸아이도 언젠가는 이런 자유를 그리워할 날이 올 거라고…
그리고 엄마가 그리했던 것처럼 꼭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로 자라길 바랍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남편에게 카톡이 왔습니다.
“혼자 노니 좋냐?ㅋㅋ 애는 걱정하지 말고 스트레스 풀고 재밌게 놀다 와. 담번엔 내 차례다.”
집에 내려가면 오래간만에 음식 솜씨를 좀 발휘해야겠습니다. ^^

 

제목 없는 나의 날들

이름을 붙이기란 참 여러운 일이다. 이름이 없는 채로 길가에 피어난 수많은 꽃들에는 어떤 이름을 붙여줄 수 있을까. 늦은 밤 나의 길동무가 되어주는 가로등 불빛에는 다른 이름을 붙여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어렸을 적 모두의 숙제였던 일기가 내게 유독 힘들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오늘 나의 하루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까? 사실 따지고 보면 흘러가는 하루하루에 제목을 붙여서라도 조금 더 내 머리와 가슴에 머무르게 하고 싶은 마음에 사람들이 일기를 쓰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마음이 바뀌고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요즘에도 여전히 하루 끝 일기의 제목을 정하는 일은 어렵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좋았다 나빴다 다시 좋은 일이 생기는 인생을 두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겠지. 운명의 장난이거나 신들의 변덕 같은 거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인생이 더욱 재미있는 것이 아닐까. 다양한 사연을 가진 다르고 또 같은 사람들과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며 나의 하루하루에 꼭 맞는 제목을 지어보자.

오늘도 제목없는 나의 날이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