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아스피린
02. 안녕
03. 영주
04. 그대
05. 아무 말도 내게 하지 말아요
06. 영주 2005
 
올해의 범작! 10점 만점의 6점을 노리는
4인조 모던록 밴드 그들이 기획한의 데뷔 15주년 기념 데뷔 EP

그들이 기획한 [안녕]
 
그들이 기획한은 2004년 결성해 2005년 해체한 4인조 모던록 밴드다.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이 모여 결성해 당시 유행하던 모던록을 답습한 음악을 만들고 연주했다. 종윤, 종훈, 박옥수, 하군은 이 밴드와 함께 갓 스무 살 될 무렵의 한 해를 보냈다. 그 즈음의 남자애들이 하는 밴드가 그렇듯, 사소한 다툼과 입대로 인해 해체하게 되었다. 이후로는 각자의 삶을 살았다. 누군가는 음악을 계속 했고 또 누군가는 음악을 취미의 영역에 두게 되었다. 연애를 하고, 헤어지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기도 했다.

우리는 2017년에 다시 만났다. 베이스를 치던 하군의 아버지가 위독했고, 하군은 아버지에게 선물로 자신의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조그만 바에서 가족을 위해 연주했다. 연주를 하면서, 문득 우리는 오래 전의 우리 자신이 그리워졌다. 우리, 다시 해볼까. 이렇게 우리는 다시 모이게 되었다.

[안녕]은 우리가 2004년과 2005년에 만들고 연주했던 곡들을 담은 EP다. 레코딩부터 디자인과 뮤직비디오 촬영에 이르기까지, 제작의 거의 모든 과정을 D.I.Y.로 진행했다. 새로 작업한 곡을 넣을 수도 있었으나 일단은 당시의 곡들을 먼저 정리하는 것이 순서라 생각했다. 그때의 연주를 가능한 살리려 노력했다. 당시에 연습한 곡은 훨씬 많았으나 15년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 선보여도 어색하지 않을 곡들을 선별해 담았다.

첫 트랙인 ‘아스피린’은 그들이 기획한이 해체 직전까지 연습했으나 결국 무대에는 올리지 못했던 곡이다. 우리가 연주했던 곡 중 ‘아스피린’과 ‘바람부는 인사동’은 해체 이후 종윤의 개인 프로젝트인 회기동 단편선의 2007년 데모 [스무 살 도시의 밤]에 수록되었다. [안녕]에는 그들이 기획한의 원래 구상과 종윤의 솔로 작업이 적절히 믹스된 버전으로 실렸다.

‘안녕’은 활동 당시 그들이 기획한의 시그니처 송으로 첫 공연부터 마지막 공연까지, 늘 오프닝을 담당했다. “안녕”이라는 인사가 맥락에 따라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오랜만이야” 등의 여러 용법으로 활용될 수 있음에 착안, 이를 통해 연애의 다양한 상황을 그려내고자 했다. 이 곡은 완전한 기타 팝이다. 그래서 특히, 펜더 텔레캐스터 싱글 픽업의 건강한 싱그러움을 담아내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

‘영주’는 언제나 우리 마음 속의 타이틀곡이었다. 때문에 이번 EP에서도 자연스레 타이틀곡이 되었다. 2005년 여름부터 연주하던 곡이다. 이 곡만큼은 정말 잘 들려주고 싶었던 탓에 다시 모여 EP를 준비하는 동안 1년 넘게 계속 곡을 만졌고, 2005년의 것과는 크게 다른 결과물이 나왔다. 하지만 우리는 2005년의 순박한 버전도 좋아했기 때문에 결국은 두 버전 모두 수록하기로 결정했다. 2019년의 ‘영주’에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던 록의 모든 것을 담아보고자 했다. 발매 전 티저 비디오를 올리면서 농담처럼 쓴 “당신이 모던 록에 대한 알고 있는 모든 것”이라는 문구가 단순한 장난처럼 들리진 않기를 원했다.

‘그대’는 우리의 가장 오래된 곡이다. 고등학생 시절 가진 첫 합주에서도 ‘그대’를 연주했다. 당시에도 구현하고 싶었지만 실력이 없어 구현할 수 없었던 해변을 거니는 듯한 이미지를 서프 록과 인디 팝의 스타일을 빌어 다시 구현해보았다. ‘아무 말도 내게 하지 말아요’는 공연 때 종종 연주했던 곡이다. 상당히 밝은 톤의 음악을 연주했던 그들이 기획한의 곡들 중에서도 가장 달콤한 멜로디를 가진 곡이다. 2019년의 버전에서는 코러스를 대폭 추가해 보다 나긋나긋한 사운드로 만들고자 했다.

15년 전의 음악을 발표하는 것은, 어쨌건 약간은 민망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게다가 모던 록이나 기타 팝은 이미 한참 전에 지나버린 유행이다. 지금은, 심지어는, 밴드를 하는 이도 많지 않은 시대다. 거의 누구의 기억에도 남아있지 않을 작은 밴드의 15주년을 자축하자는 사적인 동기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하지만 아무리 사적인 작업이라 해도, 아무도 듣지 않을 음악을 만들긴 싫다. 우리 자신, 그리고 우리가 들인 시간과 노력에 대해 스스로 폄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에, 누군가는 이런 ‘취향’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보기로 한다. 자신의 기타와 장비들까지 직접 들고 와 기타 레코딩의 모든 과정을 디렉팅하고 서포트해 주신 옛 아일랜드 시티의 연수 형, 합주 공간을 흔쾌히 내어주고 데모를 만드는 데도 큰 도움을 준 밴드 공중분해의 장희, 그리고 언제나 맛있는 치킨을 튀겨준 연남동 치킨락의 동혁이 형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한다.
 
-Credits-
프로듀서: 그들이 기획한

작사: 종윤, 종훈(3, 6), 그들이 기획한(2)
작곡: 종윤
편곡: 그들이 기획한

노래: 종윤, 종훈(5)
코러스: 그들이 기획한
일렉트릭 기타: 종훈, 종윤
포크 기타: 종윤
베이스: 하군
드럼: 박옥수
퍼커션: 박옥수
키보드: 종윤
기타 사운드 디렉터: 정연수

레코딩: 종훈, 종윤
드럼 레코딩: 천용성@사운드 솔루션
믹싱: 종훈
마스터링: 강승희@소닉 코리아 마스터링 스튜디오

앨범디자인: 하군
뮤직비디오촬영: 박옥수, 찬수
뮤직비디오편집: 박옥수